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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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 Curious Contents"

현대지성 클래식 78

제인 에어

지은이 샬럿 브론테
옮긴이 공경희
출판사 현대지성
발행일 2026-08-21
판형 150*225
쪽수 680쪽
ISBN 9791139737523
정가 종이책 : 19,900원 | 전자책 : 15,500원
분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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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나를 잃게 한다면, 나는 사랑을 떠나겠다

세상이 끝내 길들이지 못한 한 인간의 고백

 

길들여지지 않는 제인의 목소리를 온전히 살린 결정판 번역

국내 최초, 제인의 삶을 바꾼 다섯 장소, 5부 구성 편집으로 더욱 선명해진 여정

19세기 영국의 대저택과 황무지의 풍경을 담은 클래식 컬러 일러스트 36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평온한 삶을 원한다. 그래서 관계를 지키고, 갈등을 피하고, 안락한 삶을 얻기 위해 때로는 자기 안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대가가 자기 자신이라면? 무언가를 얻는 대신 나를 잃게 된다면 어떨까? 제인 에어는 바로 그 선택의 순간을 그린 소설이다.

 

가난하고 기댈 곳 없는 제인에게는 부모도, 재산도, 사회적 지위도 없었다. 남은 것이라곤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 하지만 사랑, 가족, 갈망하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순간, 제인은 황무지로 떠났다. 사랑을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1847년 출간 당시 제인 에어가 영국 사회를 뒤흔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에게 순종과 침묵을 요구하던 시대, 가진 것 없는 젊은 여성이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을 말하고 한 인간으로서 모두와 대등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제인 에어는 제인이 우리 곁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듯, 제인의 목소리를 온전히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인물의 감정 변화와 대화의 긴장감, 작품 곳곳에 숨은 치밀한 복선까지 섬세하게 옮겼다. 또한 국내 최초로 제인의 삶을 바꾼 다섯 장소를 따라 본문을 5부로 구성하고 38개 장마다 제목을 달았다. 게이츠헤드의 닫힌 방, 비밀을 감춘 손필드 저택, 고독한 황무지까지, 각 공간이 품은 의미와 서사의 흐름을 짚어주어 기나긴 여정 속에서도 제인이 마주한 선택의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따라갈 수 있다. 여기에 36점의 클래식 컬러 일러스트는 제인이 경험한 세계로 독자를 불러들이고, 19세기 영국 사회와 문화를 풀어낸 해설과 각주는 제인이 마주한 갈등과 선택의 무게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세상이 정해준 삶에 맞선 제인의 길들여지지 않는 목소리는 1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누구도 나 대신 나의 삶을 선택해줄 수 없으며,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인 에어는 사랑 이야기이기 전에, 사랑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지킨 한 인간의 고백이다. 제인이 끝까지 품었던 질문이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선택 앞에서도, 우리는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을 수 있는가.

1부 게이츠헤드 | GATESHEAD

문 앞에 선 아이

1장 폭풍우 치는 게이츠헤드

2장 붉은 방

3장 약제사의 처방

4장 브로클허스트의 방문

 

2부 로우드 | LOWOOD

숲에 내려앉은 안개

5장 로우드 기숙학교

6장 영혼의 단짝

7장 의자 위에 오르다

8장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다과 시간

9장 봄에 지는 꽃

10장 바깥세상으로 띄운 편지

 

3부 손필드 | THORNFIELD

장미 만발한 가시덤불

11장 저택의 기괴한 웃음소리

12장 언덕길의 낯선 남자

13장 대면

14장 벽난로 앞의 숨바꼭질

15장 불붙은 침실

16장 두 장의 초상화

17장 화려한 파티와 그림자

18장 낯선 손님의 방문

19장 집시의 예언

20장 한밤의 상처

21장 과거가 손짓하는 소리

22장 다시 돌아온 손필드의 여름

23장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24장 달콤한 나날

25장 찢어진 면사포

26장 다락방의 비밀

27장 손필드여, 안녕히!

 

4부 무어 하우스 | MOOR HOUSE

황무지에서 되찾은 이름

28장 황무지의 히스 밭

29장 무어 하우스의 식구들

30장 세인트 존의 제안

31장 시골 학교

32장 대리석 같은 사내

33장 뜻밖의 유산

34장 거절할 수 없는 제안

35장 바람결에 실려 온 목소리

 

5부 펀딘 | FERNDEAN

폐허에서 피어나는 삶

36장 다시, 폐허 속으로

37장 독수리와 종달새

38장 독자여

 

해설 | 공경희

샬럿 브론테 연보

지은이 샬럿 브론테 (Charlotte Brontë, 1816-1855)

자줏빛 덤불이 끝없이 펼쳐지는 황무지, 사시사철 돌풍이 불어오는 언덕 위 목사관. 영미 문학사상 가장 거침없고 주체적인 목소리 중 하나가 이 쓸쓸한 풍경에서 피어났다. 1816, 영국 요크셔 손턴에서 가난한 목사의 셋째 딸로 태어난 샬럿은 곧 평생의 터전이 될 하워스로 이주했다.

샬럿의 삶은 비극의 연속이었다.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기숙학교의 열악한 환경은 함께 입학한 두 언니마저 앗아갔다. 맏이가 된 샬럿이 남은 동생들을 돌보며 십수 년간 집요하게 이어간 창작 놀이는, 훗날 브론테 자매의 작품이 탄생하는 토대가 되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교사와 가정교사로 일하면서는 계급과 성별의 벽을 절감했다. 벨기에 유학 시절에는 스승에게 깊은 애정을 품었으나 이루어질 수 없었다.

작가로서의 첫걸음도 순탄치 않았다. 두 여동생과 함께 낸 시집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고, 첫 장편소설은 출간을 거절당했다. 더욱이 이 무렵 실명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모시고 맨체스터로 떠나야 했다. 불 꺼진 적막한 숙소에서 또다시 거절 통보를 받은 샬럿은, 마침내 자신의 삶을 투영한 제인 에어를 쓰기 시작했다. 죽음과 결핍, 엇갈린 사랑으로 이어진 삶의 궤적은 제인이 살아갈 세계의 밑그림이 되었다.

1847년 출간된 제인 에어는 즉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는 평범한 젊은 여성이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판단을 말한다는 사실 자체가 당대에는 충격이었다. 샬럿은 제인을 통해 한 인간이 사랑받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으로 서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영혼에 충실하고자 했던 한 작가의 치열한 고백은 그렇게 시대를 넘어 살아남았다.

 

 

옮긴이 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소설, 비소설, 아동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좋은 책들을 번역하며 국내 대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시간의 모래밭,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벨 자, 파이 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 마시멜로 이야기, 타샤의 정원, 자기만의 방, 무지개 물고기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가 있다.

진홍빛 주름 천이 오른쪽 시야를 가렸고, 왼쪽으로는 투명한 유리창이 11월의 음울한 날씨를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며 이따금 겨울 오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멀리서는 안개와 구름이 뿌옇게 깔렸고, 가까이에서는 젖은 잔디와 폭풍우에 휘청이는 관목 숲이 보였다. 끝없이 쏟아지는 비가 길고 구슬프게 울부짖는 돌풍에 휩쓸려 사납게 휘몰아쳤다.

- 1| 1장 폭풍우 치는 게이츠헤드 (15)

 

그 암울한 오후에 내 영혼은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였던가! 머릿속은 얼마나 혼란스러웠고 마음은 얼마나 반항심으로 가득 찼던가! 또한 얼마나 짙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깊은 무지 속에서 그 내면의 투쟁을 벌였던가! 나는 왜 내가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지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구치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새삼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밝히지는 않겠지만, 이제 멀리서 바라보니 분명히 알 수 있다.

1| 2장 붉은 방 (26-27)

 

이 아이를 30분 더 의자 위에 서 있게 하고, 오늘 남은 시간 동안 아무도 말을 걸지 않게 하세요.”

거기에 내가 높이 서 있었다. 방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창피할 거라던 내가, 이제는 치욕의 제단 위에서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그 감정을 표현할 말이 없었다.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져 숨이 막히고 목이 조여오는 그 순간, 한 학생이 일어나 내 앞을 지나갔다. 지나가며 그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특별한 눈빛이었던가! 그 눈빛이 내 온몸에 얼마나 이상한 감각을 퍼뜨렸는지! 새로운 힘이 나를 얼마나 굳세게 지탱해주었는지! 마치 순교자나 영웅이 노예나 희생자 앞을 지나며 힘을 준 것 같았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나는 고개를 들고 의자를 단단히 딛고 섰다.

- 2| 7장 의자 위에 오르다 (99)

 

내가 이 말을 덧붙이면 누군가 힐난하겠지. 나는 가끔 혼자 정원을 거닐거나, 대문으로 내려가 멀리 도로를 바라보곤 했다. 아델이 보모와 놀고 페어팩스 부인이 저장실에서 젤리를 만들 때면 계단을 올라 지붕으로 나가 먼 들판과 언덕, 어스레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면 시야가 닿지 않는 먼 저편의 세상이, 들어보기만 하고 본 적 없는 활기찬 도시들이 보였으면 했다. 그럴 때면 지금 경험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현재 마주치는 이들 외에 더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 사람은 평온한 삶에 만족해야 한다는 말은 터무니없다. 사람은 활동해야 하고, 만약 활동할 거리가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낼 것이다. 나보다 더 차분한 삶을 살도록 타고난 이들이 많겠지만, 그들 역시 속으로는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고 있다.

- 3| 12장 언덕길의 낯선 남자 (161)

 

이마만 아니라면 운을 가로막을 것이 없을 텐데. 이마가 이렇게 말하고 있어. ‘자존심과 처지가 요구한다면 혼자서도 살 수 있어. 행복을 위해 영혼을 팔 필요는 없지. 난 내면의 보물을 타고났으니까. 비록 모든 외적인 기쁨이 가로막히거나,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해도 이 내면의 보물이 나를 살아 있게 해줄 거야.’ 이마가 또 이렇게 선언하는구나. ‘이성이 단단히 자리 잡고 고삐를 쥐고 있으니, 감정이 폭발해 황폐한 곳으로 이끌고 가지는 못할 거야. 열정은 광란에 빠진 이교도처럼 날뛸 테고, 욕망은 헛된 것들을 그려내겠지만, 판단이 모든 다툼의 결말을 짓고 모든 일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거야. 강풍과 지진, 불길이 지나가겠지만, 나는 양심이 전하는 그 고요하고 작은 목소리를 따르리라라고.”

- 3| 19장 집시의 예언 (287)

 

저를 감정 없는 인형이나 기계처럼 여기시는 건가요? 제 입에 문 빵 한 조각을 빼앗기고, 제 잔에 담긴 생명수마저 쏟아지는 걸 그저 지켜만 보라는 건가요? 제가 가난하고, 비천하고, 평범하고, 보잘것없이 작다고 해서 영혼도, 마음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틀렸어요! 저도 당신만큼이나 깊은 영혼과 뜨거운 마음을 가졌어요! () 우리는 대등해요! 지금 이 순간처럼요!”

- 3| 23장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358)

 

제인, 진정해요. 그렇게 몸부림치지 말아요. 마치 절망에 빠져 제 깃털을 쥐어뜯는 정신 나간 새 같소.”

전 새가 아니에요. 어떤 그물로도 날 가둘 순 없어요.”

3| 23장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358-360)

 

이 세상에서 누가 널 신경 쓰기나 하겠어? 아니면 네 행동으로 누가 피해를 입기라도 해?’

그럼에도 내 마음은 여전히 굳건했다. ‘내가 나를 신경 쓰지. 외롭고 친구도 없고 의지할 데 없을수록, 나는 나를 더욱 존중할 거야. 신이 주시고 인간이 인정한 법을 지킬 거야. 내가 지금처럼 제정신이고 미치지 않았을 때 받아들인 원칙들을 고수할 거야. 법과 원칙은 유혹이 없는 시기에 필요한 게 아니야. 지금처럼 영혼과 육체가 법과 원칙의 엄격함에 반발하는 순간에 필요한 거야. 그것들은 엄격하고 결코 침범해선 안 돼. 내 편의를 위해 위반한다면, 그것들이 무슨 가치가 있겠어? 법과 원칙은 가치가 있고, 난 항상 그렇게 믿어왔어. 이제 와서 그걸 부정한다면 그건 내가 미쳐버렸다는 뜻이야. 핏줄이 불타오르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맥박을 셀 수도 없지만, 예전의 견해와 과거의 결심이야말로 이 시간에 내가 굳게 지켜야 할 전부야. 난 그 믿음 위에 서 있어.’

3| 27장 손필드여, 안녕히! (447)

우리가 사랑해온 안전한 제인은 없다

170년 만에 되찾은 진짜 목소리

 

18478, 런던의 한 출판사에 원고 하나가 도착했다. 저자는 커러 벨’(Currer Bell). 실체 없는 이 남성의 이름 뒤에 있던 사람은 요크셔의 외딴 목사관에 살던 샬럿 브론테였다. 출간 직후 이 소설은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어떤 이는 걸작이라 불렀고, 어떤 이는 여성이 욕망과 분노를 이토록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사실 자체를 불편해했다. 한 비평가는 이 작품을 두고 노동자들의 혁명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평했다.

당대 사회를 그토록 불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가난하고 기댈 곳 없는 고아 제인이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의 보호와 허락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말하고,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켰기 때문이다.

제인은 자신의 이성을, 판단력을, 양심을 믿었다. ‘가정의 천사로 남기를 강요하던 빅토리아 시대, 가진 것 없는 여성 제인이 자신의 고용주에게 저도 당신만큼 깊은 영혼을 가졌어요. 우리는 대등해요!”라고 말한 순간, 제인 에어는 한 시대를 향한 선언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제인은 진짜 제인인가? 제인 에어사랑 이야기로만 기억한다면, 오랜 세월 동안 순화되고 깎여 나간 안전한 제인을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이 17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는 낭만적인 사랑 때문이 아니다. 제인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지우지도, 세상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지도 않았다.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기를 선택했다. 제인 에어는 그 선택을 지켜낸 한 인간의 이야기다.

 

 

사랑받기보다 자신으로 살기를 선택한 사람

길들여지지 않는 목소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제인은 외로웠고 사랑받고 싶어 했지만, 사랑에 앞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배우며 성숙한다. 어린 시절 갇혔던 붉은 방에서, 로우드의 기숙학교에서, 손필드의 저택에서 제인은 끊임없이 같은 질문과 마주한다.

나 자신을 포기해서라도 사랑받을 것인가?”

제인은 한 번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는다. 자신을 외면하는 외숙모에게 사랑받으려 순종하지 않았다. 떠밀리듯 들어간 로우드 기숙학교에서 부당한 비난을 받았을 때도 거짓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신뢰를 얻었다. 가정교사로 손필드 저택에 들어간 뒤에도 타인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바꾸기를 거부했다.

제인에게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이 있었다. 때로는 흔들리고, 분노하고, 후회하면서도 끝내 자신을 믿고 목소리를 낸다. 이 매력적인 능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제인 에어의 부제는 자서전’(An Autobiography)이다. 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형식으로, 작가 샬럿 브론테의 경험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샬럿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열악한 기숙학교에서 두 언니를 떠나보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교사와 가정교사로 일하며 여성과 계급의 한계를 절감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통도 겪었다. 제인이 느낀 외로움과 자유를 향한 갈망은, 바로 이러한 삶에서 비롯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샬럿은 동생들과 함께 앵그리아, 곤달 같은 가상의 세계를 만들며 이야기를 지어냈고, 수많은 상실 속에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자신을 가둔 현실 바깥을 꿈꾸던 샬럿의 삶은 마침내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제인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제인이 끝까지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에서 혹독한 과정을 거치며 태어났기 때문이다.

 

 

닫힌 방에서 화려한 저택으로, 다시 황무지로

자신만의 터전을 찾아가는 5부 구성

 

제인 에어는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인은 타인의 집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자신만의 터전을 탐색한다. 작품 속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제인이 상처받고, 배우고, 더욱 단단해지는 삶의 무대다. 현대지성 클래식 판본은 제인의 삶이 펼쳐지는 다섯 장소를 따라 본문을 5부로 구성하고, 각 장에 제목을 달아 제인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1게이츠헤드에서 제인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살아가며 부당함에 맞설 내면의 힘을 발견한다. 2로우드의 기숙학교에서는 억압과 상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는 힘을 기른다. 3손필드에서는 절절한 사랑과 슬픔을 경험하며 가장 큰 시험 앞에 서지만, 누군가의 소유물로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4무어 하우스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순간에도 스스로를 지탱할 힘을 단련하고, 마침내 제5펀딘에 이르러 자신의 선택으로 삶과 사랑을 완성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선택 앞에서도 나로 남을 수 있는가

 

로체스터와 제인의 사랑은 뜨겁고 애절하다. 그러나 제인 에어를 위대한 고전으로 만든 것은 사랑이 이뤄진 순간이 아니라, 사랑 앞에서도 자신을 저버리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이다. 그 선택이 있었기에 제인은 사랑에 기대지 않고 대등한 인간으로 설 수 있었다.

현대지성 클래식 제인 에어는 오랜 세월 희미해진 제인의 목소리가 오늘의 독자에게 가장 생생하게 닿도록 구성했다. 원문의 리듬과 대화의 긴장감, 감정의 미세한 결을 우리말로 섬세하게 옮겨 제인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듯한 생동감을 살렸다. 또한 제인의 삶을 바꾼 다섯 장소를 따라 본문을 5부로 재구성하고 장마다 제목을 달아, 한 소녀가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더욱 선명히 보여준다. 여기에 36점의 클래식 일러스트로 시각적 몰입감을 더하고, 19세기 영국의 사회상·문화를 풀어낸 각주와 해설로 제인이 마주한 현실과 선택의 무게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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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대지성
등록일
2026.08.20 14: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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