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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70

도덕감정론

지은이 애덤 스미스
옮긴이 이종인
출판사 현대지성
발행일 2025-11-07
판형 150*225
쪽수 744쪽
ISBN 9791139728453
정가 종이책 : 25,000원 | 전자책 : 22,000원
분야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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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최초의 심리서

인간은 왜 부와 권력을 갈망하며 타인의 인정을 원하는가?”

국내 유일 스미스의 특별 논문 + 180여 명 전체 인물 사전 독점 수록

 

 

국부론은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좋아요 수에 웃고, 비교에 흔들리고, 인정받으려 애쓴다. 애덤 스미스는 250년 전, 이미 이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그는 물었다.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스미스의 대답은 놀랍게도 단순했다. 인간은 이익보다 인정을 원한다. 바로 그 인정의 심리가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숨은 원리였다. 사람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가난 자체가 아니라 타인의 경멸과 무시다. 그 욕망을 통제하고 선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공정한 관찰자’, 내 안의 재판관이다.

 

도덕감정론은 우리가 행동할 때 남이 본다면 부끄럽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묻는 그 내면의 목소리를 분석한 최초의 책이다. 오늘날 말로 하자면 메타인지의 원조’, ‘마음의 경제학이다.

스미스는 말한다. “이기심은 죄가 아니다. 단지 길들여야 할 본능일 뿐이다.” 그 길들이는 기술이 바로 공감, 자제, 정의, 인류애다. 그가 남긴 통찰은 스토아 철학의 평정과 실용적 윤리가 결합된 마음의 경제학’, 즉 내면의 균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혼란과 비교의 시대에 자기 안의 공정한 관찰자를 깨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도덕감정론은 인간 내면의 감정, 이성, 양심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어 도덕 질서를 만드는지를 탐구한 최초의 대중심리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왜 이익을 찾고, 부와 명예를 갈망하는가?” 그는 인간의 욕망이 쾌락이 아니라 남의 존중을 받고 싶은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바로 이 통찰이 자본주의의 도덕적 토대가 되었다. 스미스는 인간이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도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이유를 공감공정한 관찰자라는 두 축으로 풀어냈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를 말하기 전, 먼저 인간의 마음을 탐구했다. 그는 국부론의 논리보다 이 책의 인간학적 통찰을 더 사랑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다섯 번 개정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고통과 혼란의 시대에도 마음의 평온과 내적 만족을 찾는 스토아 철학의 지혜가 깊이 녹아 있으며 인류애, 정의, 신중함, 자기통제라는 미덕을 통해 혼란한 사회를 무사히 건너는 실용적 윤리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메시지, “당신의 내면에는 이미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 그 힘의 이름이 바로 공정한 관찰자다. 당신 안의 공정한 관찰자를 깨우는 순간, 세상을 읽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왜 지금, 도덕감정론인가

· 국부론의 사상적 기원, 인간 이해의 원천

· 250년 전 예측한 인정 욕망의 심리학

· 공감·이성·양심의 작동 원리를 분석한 최초의 마음의 알고리즘

· 현대적 해설과 스미스 특별 논문, 180여 명 인물 사전 수록

· 이기심을 직시하면서도 사회적 선()으로 교환하는 법을 제시한 유일한 고전

저자 공지

 

 

1. 행위의 적절함에 관하여

 

1. 어떤 행위가 적절하다고 느끼는 판단에 관하여

2. 적절함에 부합하는 서로 다른 감정의 강도에 관하여

3. 번영과 역경이 인간의 행동 판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그리고 우리는 왜 역경보다 번영 속에서 더 쉽게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가

 

 

2. 공로와 과실 혹은 포상과 처벌의 대상에 관하여

 

1. 공로와 과실에 관한 인식

2. 정의와 자혜에 관하여

3. 공로와 과실에 대한 판단에서 운명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3. 자기감정과 행위 판단의 근거, 그리고 의무감에 관하여

 

1| 자기 승인과 불승인의 원리에 대하여

2| 칭찬과 칭찬받을 자격, 비난과 비난받을 자격에 대하여

3| 양심의 영향과 권위에 대하여

4| 자기기만의 속성과, 일반 규칙의 기원 및 활용에 대하여

5| 도덕적 일반 규칙의 권위와 영향력, 그리고 그것이 신성한 법칙으로 여겨지는 이유에 대하여

6| 의무감만으로 행동해야 할 때, 그리고 다른 동기와 함께해야 할 때

 

 

4. 효용이 도덕적 승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1| 예술 작품에서 효용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그 영향에 대하여

2| 인간의 성품과 행위에서 나타나는 효용의 아름다움과, 그것이 도덕적 승인의 근원이 되는가에 대하여

 

 

5. 도덕적 승인과 불승인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습과 유행에 관하여

 

1| 우리의 미추(美醜) 개념에 영향을 미치는 관습과 유행에 대하여

2| 관습과 유행이 도덕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6. 미덕의 성격에 관하여

 

서문

1. 자신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성격 혹은 신중함에 관하여

2. 다른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의 성격에 관하여

3. 자기 제어에 관하여

6부의 결론

 

 

7. 도덕 철학의 체계에 관하여

 

1. 도덕적 감정의 이론에서 살펴야 할 여러 문제에 관하여

2. 미덕의 본성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에 관하여

3. 도덕적 승인의 근원에 대한 여러 다른 체계에 관하여

4. 도덕 실천 규칙을 다루는 여러 저자들의 방식에 관하여

 

 

특별 논문 |

언어의 최초 생성에 관한 여러 고려 사항, 그리고 원초적 언어와 혼합 언어의 서로 다른 특성에 관하여

 

해설 | 이종인

애덤 스미스 연보

도덕감정론인물 사전 (완전판)

지은이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1723년 스코틀랜드 커콜디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스미스의 집안은 꽤 부유했고 인맥도 넓었다. 어릴 때는 병약했으며, 깊이 생각에 빠지면 멍하게 혼자 중얼거리며 몰입하곤 했는데, 이런 버릇은 평생 지속되었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커콜디의 작은 마을에서 학교를 다녔고, 열 살에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17세에 장학금을 받아 잉글랜드의 옥스퍼드 대학교로 유학을 갔지만 그곳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 23세에 귀국했다. 1751(28)에는 글래스고 대학교의 논리학 교수로 임명되고 1752년에는 도덕철학 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대표작 국부론도덕감정론은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두 축, 즉 경제와 윤리의 원리를 탐구한 역작이다. 도덕감정론은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 시절 강의를 바탕으로 1759(36)에 발표한 첫 저서이며, 국부론의 사상적 토대를 이룬다. 그는 인간의 이기심(self-love)을 분석하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공감공정한 관찰자를 통해 도덕적 사회를 형성하는지를 평생에 걸쳐 연구했다.

이러한 통찰은 어린 시절 못 공장을 보며 분업의 원리를 떠올렸던 남다른 관찰력, 옥스퍼드 시절의 방대한 독서 그리고 볼테르와 같은 당대 유럽 지성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깊어졌다. 특히 그는 도덕감정론을 자신의 필생 역작으로 여겨 국부론보다 더 아꼈으며 30년간 다섯 차례 개정하고, 1790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제6판을 최종본으로 남겼다. 이 책은 인간은 왜 부와 권력을 갈망하며 타인의 인정을 원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자본주의 사회의 윤리적 토대를 묻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옮긴이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 권의 책을 옮겼으며, 최근에는 인문 및 경제 분야의 고전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국부론, 진보와 빈곤, 리비우스 로마사 세트(4), 월든·시민 불복종, 자기 신뢰, 유한계급론, 공리주의, 걸리버여행기, 로마제국 쇠망사, 고대 로마사, 숨결이 바람 될 때, 변신 이야기, 작가는 왜 쓰는가, 호모 루덴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등이 있다. 집필한 책으로는 번역 입문 강의서 번역은 글쓰기다, 고전 읽기의 참맛을 소개하는 살면서 마주한 고전등이 있다.

관찰자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피해자의 자리에 놓아봄으로써 그가 겪는 고통에 어느 정도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당사자 역시 자신을 관찰자의 입장에 놓아보며, 3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상상해본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보다 절제되고 냉정한 감정 상태를 그려본다. 관찰자가 내가 저 사람이라면이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되새기며 공감을 형성하듯, 당사자도 내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본다면이라는 상상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서적 일치를 가능하게 하는 이 내면의 위대한 판관의 목소리는, 자기 절제와 자기 부정의 능력에서 나온 위엄 있고 존경받을 만한 미덕에 뿌리를 두고 있다.

-1. 14. 우리는 왜 어떤 감정은 정당하고, 어떤 감정은 부당하다고 여기는가 (2) (41)

 

대부분의 벼락 출세자는 성공의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예전 상급자들의 자존심 섞인 냉대에 분노하고, 옛 친구들의 시큰둥한 태도에 실망하면서 점점 냉소적으로 변한다. 마침내 그는 예전 사람들을 무시하고, 새로 만난 이들을 경멸하기 시작하며, 결국 거만하고 고립된 인물로 전락한다. 그렇게 그는 모든 사람의 존경을 잃는다. 인간 행복의 본질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점에서 보면 갑작스러운 신분 상승은 오히려 행복을 증진하지 못한다. 반면 서서히 위로 올라간 사람의 성공은 주변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질투하는 이도 적고 오히려 담담한 인정을 받는다.

- 1. 25. 이기적 감정들에 대하여 (78-79)

 

즐거움은 본래 유쾌한 감정이기에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이 전달되면 우리는 기꺼이 그 감정에 동참한다. 물론 질투심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즐거움이 우리에게 부러움을 유발하지 않는 한, 우리는 기꺼이 그 감정에 공감하고 그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부러움이 개입되면, 우리는 그 즐거움에 거의 공감하지 못하게 되며, 마음에서조차 그 기쁨을 받아들이길 꺼린다. 이에 비해 슬픔은 고통스러운 감정이기에 정작 우리 자신에게 닥친 일조차도 마음은 그것을 외면하거나 애써 잊으려 한다. 원치 않아도 슬픔에는 종종 공감하지만 반대로 기꺼이 그러고 싶어도 기쁨에는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1. 25. 이기적 감정들에 대하여 (81)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왜 그토록 분주하게 살아가는가? 탐욕과 야망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왜 그토록 부와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가? 오직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품을 위해서라면 소박한 노동자의 임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고통이나 가난이 아니라, 사람들로부터의 경멸과 조롱이다. 엄청난 불운보다 오히려 사소한 실패를 안고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일이 더 수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피 묻은 모습은 동정을 일으킬 수 있지만, 더러운 옷차림은 조롱과 비웃음을 살 뿐이다.

-1. 32. 야망의 근원과 신분의 구분에 대하여 (94)

 

우리가 칭찬을 원하는 것은 곧 타인의 우호적 감정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반면 칭찬받을 만한 자격을 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우호적 감정을 넘어서 그 감정의 정당한 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또 내가 그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확신은 내면의 평온과 자기만족을 준다. 이 평온과 만족이야말로 덕이 가져다주는 내적 보상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또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확신,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 3. 2. 칭찬과 칭찬받을 자격, 비난과 비난받을 자격에 대하여 (225)

 

행복은 평온과 만족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면 만족도 있을 수 없다. 완전한 평정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즐거움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우리의 능력 안에 있으며,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허영과 우월감 같은 덧없는 만족을 제외하면, 단지 자유롭고 소박한 삶 속에서도 귀족들이 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깊은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결국 마음의 평온이야말로 모든 실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행복의 근원이자, 가장 확실한 원리다.

-3. 3. 양심의 영향과 권위에 대하여 (254)

 

행동이 끝나고, 그 행동을 촉발했던 격렬한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침착하게 공정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어제 우리를 사로잡았던 강렬한 관심과 집착을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뒤늦은 성찰은 어제의 행동을 막을 수 없고, 그저 쓸모없는 후회와 무력한 참회만을 남길 뿐이다. 자기기만은 인간 본성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며,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의 절반 이상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남이 우리를 바라보듯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의 전반적인 태도와 행동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 3. 4. 자기기만의 속성과, 일반 규칙의 기원 및 활용에 대하여 (268)

 

정의의 규칙은 그 어떤 미덕보다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거의 예외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차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들어보자. 정의의 규칙은 문법의 규칙에, 다른 미덕들의 규칙은 수사학의 규칙에 각각 비견될 수 있다. 정의의 실천은 사회적 강제력을 지니며 도덕적 구속력을 동반하지만, 우정이나 자비, 관용과 같은 다른 미덕들은 강제력을 갖지 않으며,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는 건물 전체를 떠받치는 주 기둥이지만, 자애는 건축물의 장식처럼 권장할 수는 있어도 강요될 수 없는 영역이다.

- 3. 6. 의무감만으로 행동해야 할 때, 그리고 다른 동기와 함께해야 할 때 (298)

 

그는 부와 명성이 가져다줄 편리함을 얻기 위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해, 아니 첫 달부터 몸이 지치고 마음이 불안해질 정도로 과도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평생에 걸쳐 겪을 법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긴장을 이 짧은 시간에 모두 경험한다. 하지만 그가 얻은 부와 명성은 결국 장난감 수집가의 만물상자와 다를 바 없으며, 몸의 편안함이나 마음의 평화를 거의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것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삶은 더 번거롭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자연이 이런 방식으로 인간을 부추기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인간이 쉼 없이 일하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게 만드는 힘은, 사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일종의 기만 덕분이다.

-4. 1. 예술 작품에서 효용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그 영향에 대하여 (309-310)

21세기 현대인은 끝없는 질주 속에 산다.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해질 거라 믿지만 불안은 깊어지고 마음은 공허하다. SNS ‘좋아요에 일희일비하고, 남의 성공담에 초조해하며 밤마다 자기계발서를 뒤적인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을우리가 왜 이토록 타인의 시선에 목마르고, 어떻게 하면 내면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250년 전에 이미 꿰뚫어보았다.

많은 이들이 스미스를 국부론의 저자로만 기억하지만 그는 평생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도덕 철학자였다. 특히 죽기 직전인 1790년 완성한 제6판에서는 미덕과 자기통제에 관한 논의를 대폭 보강했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과 판단이 어떻게 작동하고 사회를 유지하는지 섬세하게 분석한 심오한 심리학서이자 윤리학서다.

 

 

왕의 궁전이 길가의 거지의 거처보다 못한 이유

 

스미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부와 권력을 갈망하는가? 생존을 위해서? 천만에. 소박한 노동자의 임금으로도 의식주는 충분히 해결된다. 진짜 이유는 타인의 주목, 관심, 인정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부자의 저택과 정원, 고급 승용차와 명품 가방이 모든 것은 실질적 편의보다는 타인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장식물에 가깝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주목하기를 바라는 허영심 때문에 부를 찾는다.

스미스는 이를 <가난한 사람의 아들>이라는 우화로 풀어낸다. 젊은 시절, 그는 부와 명예를 손에 넣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하고 불안에 시달린다. 밤낮없이 일하고, 경쟁자를 제치고, 상사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병상에 누워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평생 헛된 목표를 위해 일상의 평온과 안전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스미스는 심지어 이렇게 말한다. 큰길가에 앉아 햇볕을 쬐는 거지조차 왕들이 피땀 흘려 얻어야 하는 안전이라는 축복을 이미 누리고 있다고. 왕의 궁전은 화려하지만 그 안은 늘 끊임없는 경계와 음모로 가득하다. 반면 거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기에 빼앗길 것도 없고 그저 따스한 햇살 아래 평온하다. 이 역설적 통찰은 현대인의 끝없는 소비와 경쟁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내 안의 재판관: 공감이라는 이중 거울

 

이기심과 허영으로 가득 찬 인간 사회는 어떻게 붕괴하지 않고 유지될까? 스미스는 그 답을 공감’(Sympathy)에서 찾는다. 여기서 공감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해 스스로를 타인의 처지에 놓아보는능력이다. 진정한 공감은 강렬한 감정을 목격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을 일으킨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생겨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때도 이 공감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행동하는 행위자로서의 나와 이를 판단하는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나로 나뉜다. 이 내면의 재판관은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내 행동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적절한가?”

예컨대 부당한 대우를 받아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행위자인 당신은 분노로 떨지만 내면의 공정한 관찰자는 냉정하게 따진다. “이 정도 상황에서 이만큼 화내는 게 합당한가?” 행위자가 격렬한 감정을 관찰자의 시선에 맞춰 절제할 때, 비로소 정서적 균형이 이루어지고 우리는 내적 평온과 자기 승인을 얻는다.

 

 

분노를 품위 있게, 침묵을 힘 있게

 

억울한 말을 들으면 반박하고 싶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속삭인다. “내가 제3자라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볼까?”

애덤 스미스가 말한 공정한 관찰자는 바로 그 내면의 재판관이다. 스미스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침묵을 지키는 사람에게서 품위를 보았다. 그의 침묵은 무기력이 아니라 자기 통제(Self-Command)의 증거다. 병상에서 미소 짓는 환자,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함부로 분노하지 않는 사람, 그들은 감정을 다스림으로써 자기 자신을 존중한다.

그렇다고 분노가 사라져야 할 감정은 아니다. 스미스는 정의는 분노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분노가 폭발하지 않고 절제될 때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정의의 에너지로 변한다. 진짜 강자는 타인의 칭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양심공정한 관찰자에게서 승인을 얻는 사람이다. 칭찬보다 칭찬받을 자격을 추구할 때, 분노는 품위로, 침묵은 힘으로 바뀐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간이 된다.

 

 

보이지 않는 손: 양심 없는 번영은 오래가지 않는다

 

국부론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개인의 이기적 욕망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도록 이끄는 '자연의 섭리'를 가리킨다. 예컨대 부자는 자신의 배를 채우려고 거대한 땅을 소유하지만, 혼자서 생산물을 다 소비할 수 없기에 결국 수천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그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부자의 이기적 동기가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이기심이 도덕에 의해 제어될 때만 사회가 조화롭게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국부론보이지 않는 손도덕감정론공정한 관찰자없이는 결코 온전히 이해될 수 없다. 하나는 시장을,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양심을 다룬다. 이 둘이 연결될 때 스미스의 세계관은 완성된다.

결국 스미스에게 도덕은 경제의 전제 조건이었다. 공정한 관찰자가 깨어 있어야 시장의 자유가 부패하지 않고 이기심이 타인의 고통을 짓밟지 않게 된다. 스미스가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경고한 것은 양심 없는 번영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진실이었다.

 

 

스미스 철학의 완성판, 인간 품위의 교과서

 

현대지성 클래식 도덕감정론은 애덤 스미스가 임종 직전 완성한 최종판(6, 1790)을 충실히 번역한 결정판이다. 이 최종판은 단순한 개정이 아니라 스미스가 직접 도덕성의 실제적 체계라 부른 그의 사상의 완결형이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록된 스미스의 특별논문 언어의 기원에 관한 논고, 언어의 발전을 분업과 교환의 원리와 연결하며 감정과 문명의 진화를 통찰한다. 이 논문은 도덕감정론의 핵심 개념공정한 관찰자분업을 이해하는 결정적 열쇠다.

역자 이종인의 해설은 스미스의 복잡한 논의 구조를 명쾌하게 풀어주며, 현대적인 감각의 보충 소제목을 통해 독자가 오늘의 현실 속에서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180명이 넘는 인물에 대한 방대한 해설 사전을 국내 최초로 수록, 스미스가 언급한 인물들이 어떤 관점에서 소개되었는지 맥락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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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대지성
등록일
2025.10.31 09:20
조회수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