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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65

오디세이아

명화와 함께 읽는

지은이 호메로스
옮긴이 박문재
출판사 현대지성
발행일 2025-04-18
판형 150*225
쪽수 672쪽
ISBN 9791139721973
정가 종이책 : 27,000원 | 전자책 : 22,000원
분야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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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어의 리듬을 살린 정교한 번역

국내 유일, 거장들의 명화 104점과 함께 읽는 원전 완역본

심층 해설 43, 디테일한 각주 303개 수록

 

나그네로 시작해 왕위를 되찾는 오디세우스의 10년 귀향기

방황과 시련, 유혹과 용서를 모두 껴안은 인류 최고의 모험 이야기

 

 

시놉시스

10년에 걸친 트로이아 전쟁이 마침내 끝나고, 승리한 그리스 연합군이 전리품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타케 왕 오디세우스도 열두 척의 배를 이끌고 전우들과 함께 트로이아를 출발한다. 하지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심기를 건드려 그의 귀향길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다. 전쟁 후 집으로 돌아가는 데도 10년이 더 흐른다. 그동안 사나운 폭풍우,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과 식인 부족, 세이렌과 마법사의 초자연적 유혹을 만나고, 이에 지략과 용기로 맞선다.

한편 고향 이타케에서는 무도한 구혼자들이 왕비 페넬로페이아에게 구혼한다는 핑계로 궁궐을 장악하고 연회를 벌이며 왕권을 노리고 있다. 20년 만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과연 가족들과 재회하고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까?

불확실한 세계를 건너는 인류의 지혜와 용기의 기록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의 여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포세이돈의 분노, 신들의 장난, 인간의 오만과 약함은 그의 여정을 가로막고, 그는 무려 10년에 걸쳐 바다를 떠돌며 인간의 한계에 맞서 싸운다. 호메로스는 이 위대한 방랑을 통해 신과 인간이 얽힌 세계의 진실을 보여준다.

오디세이아귀향이라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과 삶의 가치,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농축시킨 작품이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의 대결, 마녀 키르케의 유혹, 바다의 요정 칼립소와의 시간, 바다의 신과 하늘의 신들의 끊임없는 개입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인간의 약함과 강함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현대지성 클래식의 완역본은 3,000년 전부터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 서사시를, 오늘날의 독자가 온전히 음미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충실하게 옮겼다. 104점의 명화와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당시 상황과 영웅의 생애를 생생히 보여주고, 303개의 정밀한 각주와 해설은 고대 그리스의 지리, 신화, 문화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주요 인물과 사건의 계보, 시대적 배경까지 촘촘히 짚어내며, 단순한 독서를 넘어 깊은 통찰을 가능하게 한다.

 

한 걸음 더 깊이

이 모험은 결국 신화적 존재와의 전투가 아니라 인간 내면과의 싸움이며, 그 지혜와 인내로 그는 끝내 운명을 이겨낸다. 20년 만의 귀환 후 그를 기다린 것은 아내 페넬로페이아를 괴롭히는 구혼자들이었다.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그들을 처단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은, 인간 사회의 질서와 도덕의 회복을 상징한다.

오디세이아는 인간이 고통과 유혹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존재임을,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이 단지 물리적 도착지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찾는 여정임을 일깨운다. 인간의 의지로 신들의 운명마저 거슬러 올라가는 이 불멸의 이야기는, 길 잃은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한다.

1권 텔레마코스를 찾아간 아테나

2권 항해를 시작한 텔레마코스

3권 필로스의 네스토르

4권 라케다이몬의 메넬라오스

5권 칼립소, 난파당한 오디세우스

6권 나우시카아 공주와 오디세우스

7권 파이악스인들의 나라

8권 오디세우스의 송별 경기와 연회

9권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들

10권 아이올로스, 안티파테스, 키르케

11권 죽은 자들의 나라 하이데스

12권 세이렌 자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헬리오스의 가축

13권 이타케로 돌아온 오디세우스

14권 돼지치기를 만난 오디세우스

15권 집으로 향하는 텔레마코스

16권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만남

17권 구혼자들 앞에 나타난 거지 노인

18권 구혼자들 속의 거지 노인

19권 페넬로페이아와 손님 오디세우스

20권 전조들

21권 오디세우스가 활에 시위를 걸다

22권 구혼자들을 처단하다

23권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이아 침상의 비밀

24권 하이데스로 내려간 구혼자들의 혼백 그리고 평화

 

 

해설 | 박문재

주요 등장인물

지은이 호메로스 (Homeros,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문학이자 서사시의 원형인 일리아스오디세이아를 지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다. 두 작품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화와 역사, 철학과 윤리를 융합한 서사문학의 정점이자,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플라톤은 그를 모든 그리스인의 스승이라 불렀고, 단테는 모든 시인의 왕이라 극찬했으며,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름은 문학적 권위와 상상력의 대명사로 이어져 왔다. 일리아스오디세이아는 고대 그리스에서 초등교육 교재로도 사용될 만큼 문학적 깊이와 윤리적 가치를 함께 지녔다.

호메로스의 개인적인 삶은 신화와 전설에 싸여 있다. 고대 전승에 따르면 그는 아나톨리아반도 서부 이오니아 지역의 도시 스미르나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멜레스강의 신, 어머니는 강의 요정 크리테이스였다고 전해진다. 어려서부터 비범한 언어 감각과 예술적 재능을 보였으나 여행 도중 눈병으로 시력을 잃고, 이후 맹인 음유시인으로서 지중해 곳곳을 떠돌며 서사시를 구술했다고 한다.

후원자를 찾지 못한 어려운 시절, 호메로스는 서사시를 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제자인 테스토리데스가 이를 몰래 필사해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공연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에 분개한 호메로스는 키오스섬까지 직접 찾아가 이를 바로잡았고, 아예 그곳에 머물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시를 전수했다. 결국 그는 키클라데스 제도의 외딴 섬 이오스에서 최후를 맞이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를 기리는 무덤이 있다.

오늘날 학자들은 호메로스를 한 명의 시인이라기보다, 여러 세대에 걸쳐 구술시를 축적하고 정리한 전승 공동체의 상징적 존재로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호메로스라는 이름은 인류 최초의 문학 정신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통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옮긴이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우신예찬(에라스무스)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이솝 우화 전집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신성한 도시 트로이아를

멸망시킨 후 오랫동안 방랑한 계책 많은 남자에 대해.

그는 수많은 사람의 도시들을 보고 그들의 생각을 알았으며,

바다에서는 자기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을 귀향시키고자

온갖 시련을 겪었노라. 하지만 그 온갖 고난 속에서도

전우들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들이 경솔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파멸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그 어리석은 자들이

태양신 히페리온의 소 떼를 잡아먹었고 히페리온은 그들에게서

귀향의 날을 앗아갔다. 제우스의 따님인 여신이시여,

이 일에 관해 어느 대목부터든 우리에게 들려주소서.

-1권 텔레마코스를 찾아간 아테나, 1~10(27~28)

 

여신들 중 고귀한 칼립소가 이렇게 말하고 재빨리 앞장서자

오디세우스는 여신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여신과 남자는 속 빈 동굴에 도착했고,

남자는 헤르메스가 앉았다 일어선 의자에 앉았다.

요정은 필멸의 인간이 먹는 온갖 음식을

남자 앞에 차려놓은 후 신 같은 오디세우스를

마주 보고 앉았다. 그러자 하녀들이 요정 앞에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차려놓았다.

둘은 앞에 차려진 음식에 손을 내밀었다.

이들이 먹고 마시기를 충분히 즐기고 나자

여신들 중 고귀한 칼립소가 먼저 말했다.

-5권 칼립소, 난파당한 오디세우스, 192~202(155~156)

 

우리 전우들 중에 달콤한 로토스 열매를 먹은 자는

상황을 보고하거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귀향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로토스를 먹으며

로토파고스인 가운데 머물고 싶어 했습니다.

나는 울며 소리치는 그들을 억지로 끌고 와

속 빈 함선 안 노 젓는 자리 아래 묶어둔 다음,

로토스를 먹고 귀향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믿음직한 다른 전우들에게

서둘러 빠른 함선들에 오르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들은 즉시 함선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노로 잿빛 바다를 쳤지요.

-9권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들, 94~104(241)

 

나는 가까이 다가가 말뚝을 불에서 꺼냈고, 전우들은 내 주위에

둘러섰습니다. 어떤 신께서 우리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으셨지요.

전우들은 끝이 뾰족한 올리브나무 말뚝을 부여잡고

그의 눈에 밀어 넣었고, 나는 그 위에 매달려 말뚝을 돌렸습니다.

배를 만드는 나무에 도래송곳으로 구멍을 뚫을 때,

사람들이 아래에서 가죽끈을 양손으로 감아 돌리면

송곳이 끝없이 회전하듯이, 우리가 벌겋게 달궈진 말뚝을

단단히 부여잡고 그의 눈 속에서 힘껏 돌렸습니다.

그러자 뜨거운 쇳물이 흐르듯 말뚝 주위로 선혈이 솟구쳤습니다.

눈 주위의 눈꺼풀과 눈썹이 모두 타버리고,

안구도 탔으며, 눈의 뿌리도 빠지직거리며 불탔습니다.

대장장이가 쇠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벌목용

도끼나 목공용 큰 자귀를 찬물에 넣어 담금질하면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바로 그렇게 그의 눈은

올리브나무 말뚝 주위로 치익치익 소리를 냈습니다.

-9권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들, 380~394(253)

 

그는 다짜고짜 전우들 중 한 명을 손으로 움켜쥐더니 식사 준비를

시작했고, 다른 전우들은 쏜살같이 도망쳐 함선들로 돌아왔습니다.

안티파테스가 도시 전체에 고함을 지르자 그 소리를 들은

강력한 라이스트리곤인들이 사방에서 무수히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거인족 같았습니다.

그들은 암벽 위에서 사람이 간신히 들어 올릴 만한

큰 돌들을 던졌습니다. 함선들 위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일었고,

전우들은 죽어나가고 함선들은 박살 났습니다. 곧이어 그들은 끔찍한

연회를 벌이려고, 죽은 전우들을 물고기처럼 꿰어 가져갔습니다.

-10권 아이올로스, 안티파테스, 키르케, 116~124(270)

 

단언하건대 그대는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 또한 다른 전우들과

같은 곳에 갇힐 것이다. 하지만 자, 내가 그대를 재앙에서

구해주마. 이 영약을 가지고 키르케의 궁으로 가라.

재앙의 날이 그대에게 닥치는 것을 막아줄 영약이다.

그대에게 키르케의 치명적인 술수를 말해주겠다.

그녀는 여러 재료를 섞어 음료를 만들고

거기에 약을 탈 테지만, 그대에게 마법을 걸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주는 이 영약이 마법에 걸리는 걸 막아줄 테니까.

좀 더 자세하게 말해주마.

키르케가 아주 긴 지팡이로 그대를 치려 할 때, 넓적다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들어 반드시 죽이겠다는 각오로 그녀를 공격해라.

그러면 그녀는 겁을 집어먹고 그대에게 동침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10권 아이올로스, 안티파테스, 키르케, 285~296(278~280)

 

먼저 그녀는 세이렌 자매가 내는 천상의 지극히 감미로운 목소리와

그들이 앉아 있는 꽃이 만발한 풀밭을 반드시 피하라고 일러주었네.

그리고 세이렌의 목소리는 오직 나만 들으라고 했네.

그러니 내가 돛대를 꽂는 나무통에 똑바로 서서 꼼짝하지

못하게 자네들은 나를 고통스러운 밧줄로 묶은 후

밧줄의 끝을 돛대에 묶게. 그리고 내가 밧줄을 풀어달라고

간청하거나 명령하는 경우, 오히려 나를 더 많은 밧줄로 묶어야 하네.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 호메로스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쓴 영웅 서사시다. 일리아스와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디세이아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오늘날에는 길고 험한 여행 내지 여정을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12,11024권에 펼쳐지는 대서사시에서 우리는, 한때 모든 인간들 중 가장 불행한 자로 불릴 만큼 수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용기와 인내, 겸손의 가치를 배우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악당들에게 통쾌한 응징을 안기는 불굴의 한 인간을 만난다.

일리아스가 전쟁이 소용돌이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통과 비탄을 장엄하게 그리는 작품이라면, 오디세이아는 고난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아 뜻한 바를 이루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각 권마다 등장하는 미지의 바다와 섬, 그곳에 사는 인간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신들, 반인반수의 괴물들은 고대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거의 모든 캐릭터와 서사를 품고 있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마법의 약으로 사람들을 짐승으로 바꾸는 마녀 키르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 바다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외떨어진 섬의 요정 칼립소,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아테나 등이 초현실적 상상을 이루는 한 축이라면, 현실적인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이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주인공이 떠나온 어린 아들의 성장, 기약 없이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자식을 잃고 비탄에 빠진 부모, 탐욕스럽고 몰염치한 구혼자들, 이들에게 빌붙는 기회주의자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하인들 등, 이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신과 인간 사이,

오디세우스가 남긴 삶의 질문들

 

오디세이아는 단순한 모험담이나 복수극이 아니다. 바다를 건너고 섬을 떠도는 여정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단지 지략이나 무용에 있지 않았다. 그는 늘 신들의 뜻을 살피고, 때로는 스스로를 억제하며,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시험하고 확인한다. 그것은 고난 속에서도 정의경건이라는 질서를 지키기 위한 태도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정의는 인간 세계의 원칙이었고, ‘경건은 신들을 향한 기본적인 태도였다. 그리고 두 가지는 떨어질 수 없는 한 덩어리였다. 낯선 이를 환대하고, 제사를 정성껏 올리고, 신들의 전조를 헤아리는 일은 단순한 예법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윤리였다. 오디세이아곳곳에서 반복되는 이러한 장면들은, 오디세우스가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고대 시대에 신을 공경하는 일은 인간의 모든 삶을 지배했다. 나그네를 박대하거나 제를 잘못 올려 신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면 신들의 진노로 보복을 당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처단한 후 이렇게 말한다. “할멈, 속으로만 기뻐하고 환호성은 지르지 마시오. 죽은 자들 앞에서 환호하는 것은 불경하니까. 신들이 정해준 운명과 자신이 저지른 잔인한 짓이 스스로를 죽인 것이오”(22, 411~414). 신들이 정해준 운명과 뜻을 거슬러 행한다는 것은 곧 파멸을 자초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신들이 보내준 전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아내, 아버지, 하인들까지도 성급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만큼 신중하고 깊이 있는 신뢰의 회복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아가멤논이 방심 끝에 죽음을 맞았듯, 오디세우스 역시 순간의 실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확인하고, 때를 기다리며, 마침내 정의롭게 응징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신들을 두려워하며 절제한다.

오늘의 독자에게 오디세이아는 단지 오래된 고전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자세를 묻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자,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어의 리듬을 살린 완역으로 되살아난

인류 최초의 모험 서사시

 

현대지성 클래식의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번역하여, 오디세우스의 10년 귀향 여정을 생생하게 되살린 완역본이다. 운율과 어순, 고대 문체의 리듬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오늘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정제된 문장으로 다듬어져, 원전의 정수를 온전히 전달한다. 특히 고대 서사시의 장대한 규모와 섬세한 감정선, 서정성과 극적인 장면까지 고루 담아낸 번역으로, 이야기의 원형이라 불리는 오디세이아를 현대 독자들이 온전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104장의 명화와 삽화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마녀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칼립소 등 오디세우스가 마주치는 각종 초자연적 존재와 전설적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소개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고대의 세계를 생생하게 불러낸다. 풍부한 컬러 이미지와 함께 배치된 설명은 서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화와 전설, 인물 관계도를 그려나가도록 돕는다.

303개의 각주와 43쪽에 달하는 해설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종교관과 우주관, 인명과 지명, 신들의 계보와 정치 사회적 함의까지 폭넓게 풀어준다. 특히 오디세이아는 시간 구조가 단선적이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 읽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해제와 주석은 독자의 이해와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단순히 고대 영웅의 모험담이 아니다. 삶의 모서리에 선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자,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지혜와 절제, 정의를 향한 내면의 힘을 조명하는 텍스트다. 오디세이아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풍부한 이야기의 세계를 안내하는 입문서로,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는 새로운 통찰과 깊은 성찰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인생 고전이 될 것이다.

[a:2:{i:0;s:22:"현대지성 클래식";i:1;s:22:"인문·역사·예술";}] 오디세이아
작성자
현대지성
등록일
2025.04.16 16:52
조회수
350